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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후기: 김희재의 재발견과 죽음 연출의 미장센 (한전아트센터 좌석 팁)

by 동글이세상 2026. 4. 3.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후기
한전아트센터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오랫동안 '정극 뮤지컬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쇼 뮤지컬에 익숙해진 터라, 고전을 다루는 정극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관람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제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린 작품이었습니다. 17년 만에 돌아온 프랑스 오리지널 라이선스 공연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습니다.

1. 17년 만의 귀환, 프랑스 뮤지컬에 대한 편견을 깨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재연이 아닌, 프랑스 제작진의 엄격한 감수를 거친 라이선스 공연(License Production)입니다. 원작의 연출 철학을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재해석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흔히 프랑스 뮤지컬은 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곤 하지만, 무대 위 앙상블들이 보여주는 아크로바틱(Acrobatic)과 현대 무용의 조화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역동적이었습니다.

몸의 유연성과 탄력을 극대화한 안무는 일반적인 뮤지컬의 율동과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2001년 파리 초연 이후 유럽에서만 500만 명을 동원했던 저력이 무대 곳곳에서 묻어났습니다. 정적인 고전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시각적인 즐거움과 서사적 무게감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2. '죽음'이라는 무언의 배역이 완성한 강렬한 미장센

저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화려한 넘버(Number)보다도 '죽음'이라는 배역 그 자체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죽음은 대사 한 마디 없지만, 존재만으로 극 전체의 공기를 지배합니다. 로미오가 죽음을 예감하며 노래할 때, 어둠 속에서 한 발짝 다가서고 물러서는 그 무언의 동작들이 소름 돋게 직관적이었습니다.

특히 줄리엣의 소식을 담은 편지를 머큐시오가 로미오에게 전달하는 장면에서의 연출은 압권이었습니다. 퇴장하는 인물들 뒤로 홀로 남은 '죽음'이 그 편지를 낚아채 순식간에 불태워버리는 순간, 무대 위의 모든 요소가 운명을 암시하는 미장센(Mise en scène)으로 작용했습니다. 조명, 동선, 소품의 활용이 관객의 감정을 어떻게 뒤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였습니다. 눈을 감을 새도 없이 벌어진 그 찰나의 연출은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메시지를 그 어떤 대사보다 명확하게 전달했습니다.

3. 뮤지컬 배우 김희재, 선입견을 실력으로 증명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캐스팅 보드에 적힌 김희재 배우의 이름을 보고 '트로트 가수의 도전' 정도로만 치부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무대 위에는 가수 김희재가 아닌, 사랑에 고뇌하고 운명에 맞서는 '로미오' 그 자체만 존재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모차르트!' 같은 대작을 거친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그의 감정선은 섬세했고, 성량은 대극장을 가득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팬들의 열기도 남달랐습니다. 단순한 팬심을 넘어 작품 자체를 온전히 즐기고 응원하는 관객석의 분위기가 공연의 완성도를 함께 높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김희재라는 배우가 가진 잠재력이 뮤지컬이라는 장르 안에서 얼마나 더 만개할지 진심으로 기대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4. 한전아트센터 관람 팁: 좌석 선택과 화장실 명당

직접 관람하며 얻은 실용적인 팁도 공유합니다. 우선 한전아트센터의 화장실 문제입니다. 1층 화장실은 공간이 좁아 인터미션(Intermission) 시간에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계단을 내려가 지하 1층 화장실을 이용하시는 것이 시간 절약 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좌석 선택의 경우, 로미오의 동선을 고려한다면 무대 오른쪽 블록을 추천드립니다. 로미오가 오른쪽 무대에서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4월 7일부터 12일까지는 커튼콜 촬영이 가능한 '커튼콜 데이'가 예정되어 있으니, 기록을 남기고 싶은 분들은 일정을 꼭 확인하세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공연 예술 관람은 개인의 정서적 공감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2막 마지막에 흐른 눈물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사랑과 희생에 대한 깊은 공감의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2026년 5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공연, 정극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꼭 한 번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죽음의 조화가 여러분의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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