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공(첫 번째 공연)을 본다는 건 언제나 특별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 저도 이번 뮤지컬 <마리 퀴리> 첫 공연 티켓을 예매하면서부터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김려원 배우의 마리와 전민지 배우의 안느 조합을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두 분의 케미가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뜨겁게 무대를 채울 줄은 몰랐습니다. 광림아트센터에서 펼쳐진 150분의 공연 내내 저는 완전히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첫공의 설렘과 공연장 찾기
광림아트센터는 처음 가보는 공연장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공연장이 어디 있는지 살짝 헷갈렸어요. 건물에 들어서면 엘리베이터가 4대 있는데, 왼편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가야 공연장이 나옵니다. 오른쪽 엘리베이터는 교회에서 사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뮤지컬 <마리 퀴리>는 2024년 국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세계 최초로 두 개의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다룹니다. 여기서 노벨상이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부문에서 인류에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과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입니다(출처: 노벨재단). 마리 퀴리는 1903년 물리학상, 1911년 화학상을 수상했는데, 서로 다른 두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건 지금까지도 마리 퀴리가 유일합니다.
이날 공연은 김려원, 전민지 페어의 첫 공연이었고, 공식 커튼콜 인사도 있었습니다. 김려원 배우가 관객들 앞에서 잠시 울컥하시는 모습이 보였는데, 첫 공연의 긴장감과 감동이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무대 디자인과 조명의 예술
이 작품의 무대 디자인은 정말 감탄스러웠습니다. 실험실 같기도 하고 연구실 같기도 한 무대가 중앙에서 회전하면서 라듐 공장, 실험실, 법정, 병원 등 다양한 공간으로 전환되는데, 저는 속으로 몇 번이나 감탄을 했는지 모릅니다. 여기서 라듐(radium)이란 마리 퀴리가 발견한 방사성 원소로, 어두운 곳에서 청록색 빛을 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무대 세트의 회전 기법을 무대 용어로는 '리볼빙 스테이지(revolving stage)'라고 하는데, 이는 무대 바닥이 360도 회전하면서 장면 전환을 매끄럽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리볼빙 스테이지를 통해 1890년대 프랑스 소르본 대학부터 1920년대 라듐 공장까지, 시대와 공간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조명도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청록빛의 라듐 발광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조명 연출 덕분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2막에서 라듐의 위험성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조명 색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불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는데, 저는 그 순간 숨을 참으면서 무대를 바라봤습니다.
무대 디자인의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리볼빙 스테이지를 활용한 매끄러운 장면 전환
- 실험실 기구와 빈티지 가구를 활용한 시대적 고증
- 청록색 라듐 발광 조명을 통한 시각적 상징

음악과 배우들의 합
뮤지컬이니까 음악 얘기를 안 할 수 없잖아요? 이 작품의 음악은 클래식하면서도 감성적인 넘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연 끝나고도 저는 유튜브로 지금까지 계속 듣고 있습니다. 특히 '그댄 내게 별'이라는 넘버는 제 심장 속에 박혀버린 곡입니다. 김려원, 전민지 두 배우의 목소리 합이 정말 미쳤거든요.
이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는 아리랑 뮤지컬 등 다수의 창작 뮤지컬 작업을 한 분인데, 클래식 오케스트라 편성에 현대적인 사운드를 섞어 19세기 유럽과 현대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독특한 음악 색깔을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서 오케스트라 편성이란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등의 악기를 여러 파트로 나누어 하나의 곡을 연주하는 구성 방식을 말합니다.
2막에서 라듐의 진실을 알게 된 안느가 마리에게 진심을 토해내는 장면이 제게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민지 배우의 안느가 "당신은 과학자니까 진실을 외면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마리를 몰아붙이는 순간, 저는 숨을 참고 무대를 바라봤습니다. 김려원 배우의 마리는 자신이 발견한 라듐이 사람들을 위협하는 순간, 라듐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정말 생생하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넘버 '또 다른 이름'에서는 정말 빙의 수준의 광기가 느껴질 만큼 역대급의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마리는 자신의 연구가 사람들을 죽이는 도구가 되었다는 죄책감과 과학자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데, 김려원 배우의 힘 있는 고음과 격정적인 연기가 합쳐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번 공연을 보고 나니 다음에는 옥주현, 전민지 페어도 꼭 한번 보고 싶더라고요. 각 배우마다 마리 퀴리를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20세기 초 여성 과학자로서 수많은 편견과 차별을 극복한 마리 퀴리의 이야기는,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큰 울림을 줍니다(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뮤지컬 <마리 퀴리>는 단순히 위인의 업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진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150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 건, 무대와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하나로 어우러져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입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나 자녀가 있는 가족이 함께 관람해도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진짜 마리 퀴리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졌습니다. 감동적인 요소도 있어서 마지막엔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다음 재연을 기대해 보면서 오늘도 마리퀴리 넘버를 들으며 아침을 보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