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캣츠 이후 잊고 있었던 내한공연의 전율, 위키드로 깨어나다
사실 저는 내한공연을 매번 챙겨보는 열혈 관객은 아니었습니다. 제 인생 첫 내한공연이었던 '캣츠'의 강렬한 기억 이후, 한동안은 국내 창작 뮤지컬이나 라이선스 공연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거든요. 그러다 내한공연의 정수만을 골라 보는 지인의 강력한 추천으로 이번 뮤지컬 <위키드> 내한공연 티켓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공연은 제 인생 뮤지컬 TOP 3 리스트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습니다. 오즈의 마법사, 그 이면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이 왜 전 세계적인 메가 히트작인지 몸소 체험하고 온 경이로운 시간이었죠.
2. 에메랄드 시티로의 초대, 압도적인 무대 메커니즘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지금은 우리은행홀)의 객석 문이 열리는 순간, 이미 그곳은 서울 한남동이 아닌 '오즈'의 세계였습니다. 무대 전체를 뒤덮은 거대한 지도와 정교하게 움직이는 시계 톱니바퀴 장식은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의 시선을 압도합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빛과 색채의 활용이었습니다. 에메랄드 시티를 상징하는 강렬한 초록 조명이 무대뿐만 아니라 객석 끝까지 물들일 때, 저 역시 그 세계의 일원이 된 듯한 묘한 소속감을 느꼈거든요.

관람 전 꿀팁: 2층에 마련된 포토존은 필수 코스입니다. 빗자루와 마법봉 같은 소품이 준비되어 있어 단순한 사진 촬영을 넘어 극 중 캐릭터가 되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만 대기 줄이 상당하므로, 공연 시작 최소 1시간 20분 전 도착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3. "I'm Flying!" 1막 엔딩이 선사한 전율과 경이로움
위키드의 하이라이트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1막 엔딩의 'Defying Gravity'일 것입니다. 단순한 와이어 액션을 넘어, 정교한 오토메이션 장치를 활용한 엘파바의 플라잉(Flying) 시퀀스는 객석의 공기마저 멈추게 했거든요. 중력을 거스르며 무대 상단으로 솟구치는 그 찰나의 기술력과 배우의 에너지가 결합된 순간, 관객들은 말 그대로 '오즈의 마법'을 목격하게 됩니다.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는 오페라글라스(오글) 사용 여부에 대해 제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무조건 지참'을 권장합니다. 1층 앞열이라도 엘파바와 글린다가 공중에 떠 있는 장면에서는 배우의 미세한 근육 떨림과 눈빛을 놓치기 쉽거든요. 코트니 몬스마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오글로 포착했을 때의 감동은 육안으로 볼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습니다.
4. 코트니 몬스마, 우리가 꿈꾸던 완벽한 글린다의 현신
이번 내한공연의 주역인 코트니 몬스마(Courtney Monsma)는 그야말로 글린다 그 자체였습니다.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배우를 넘어, 넘버마다 최적의 소리를 찾아내 극의 서사를 완성하는 진정한 아티스트였습니다.
특히 그녀의 보컬 테크닉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깃털처럼 가벼운 'Popular'에서의 맑은 음색도 훌륭했지만, 감정이 폭발하는 고음역대에서 보여준 파워풀한 벨팅(Belting) 창법과 안정적인 성량은 객석 끝까지 전율을 전달하기에 충분했거든요. 테크닉적으로 완벽하면서도 그 안에 글린다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것은 코트니만의 캐릭터 해석력이었습니다. 대표곡 'Popular'를 부를 때의 사랑스러운 잔망스러움은 객석 곳곳에서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게 했는데요. 원어 공연이기에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라임(Rhyme)과 유머러스한 대사들이 코트니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습니다. 자칫 얄미울 수 있는 캐릭터를 이토록 입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5. 내한공연 자막 장벽? 오히려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
외국어 공연이라 자막 보느라 무대를 놓칠까 봐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블루스퀘어는 무대 좌우측에 대형 스크린을 배치해 시야 방해를 최소화했습니다.
한 가지 디테일한 팁을 드리자면, 너무 앞 좌석보다는 8~12열 정도의 중앙 블록이 자막과 무대를 한눈에 담기에 가장 쾌적합니다. 번역 역시 한국 관객들이 이해하기 쉬운 현대적인 뉘앙스를 잘 살려두어,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극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6. 블루스퀘어 주차 및 관람 정보 가이드
블루스퀘어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주차는 늘 고민거리죠. 아래 표를 통해 핵심 정보를 확인해 보세요.
| 항목 | 상세 내용 | 비고 |
|---|---|---|
| 위치 |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 연결 | 도보 이동 권장 |
| 주차 요금 | 공연 관람객 4시간 5,000원 | 1층 정산소 이용 |
| 사전 정산 | 공연 시작 전 또는 인터미션 이용 | 출차 시간 단축 필수 |
| 오페라글래스 | 현장 대여 가능 (수량 제한) | 개인 오글 지참 추천 |
- 교통 꿀팁: 주말 오후 공연은 이태원 일대 정체가 심하므로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하세요. 자차 이용 시 출차에만 30분 이상 소요될 수 있습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FAQ)
Q. 아이들과 함께 관람해도 괜찮을까요?
네,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라면 강력 추천합니다. 현장에서도 초록색 원피스를 맞춰 입고 온 어린 관람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공중 비행 장면과 화려한 의상 덕분에 아이들도 3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관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내한공연만의 특별한 매력이 무엇인가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스케일을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에 무대 장치의 정교함이 남다릅니다. 또한 영어 특유의 언어유희가 살아있는 가사를 원문 그대로 감상하며 배우들의 원음 발성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8. 글을 마치며: 언젠가 다시 돌아올 초록빛 마법을 기다리며
아쉽게도 이번 <위키드> 내한공연은 이미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공연장을 나서며 제가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다음 내한은 언제일까?" 하는 간절한 기다림이었어요.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를 넘어,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진정한 우정을 찾아가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서사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에메랄드 시티의 눈부신 불빛 뒤에 숨겨진 진실을 마주했던 그 전율은 당분간 잊기 힘들 것 같아요.
"만약 다음에 또다시 내한의 기회가 온다면?"
저는 고민 없이 다시 티켓팅 전쟁에 뛰어들 생각입니다. 그때는 더 좋은 좌석에서, 혹은 더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이 감동을 나누고 싶거든요.
인생 뮤지컬 리스트를 초록빛으로 물들였던 이번 공연. 다시 오즈의 문이 열리는 그날을 기다리며, 저처럼 위키드를 그리워하는 모든 관객분께 이 후기가 작은 위로와 설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초록빛 마법이 휩쓸고 간 자리, 다름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준 인생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