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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 러브 연극 (무대디자인, 배우조합, 공연후기)

by 동글이세상 2026. 3. 31.

 

저도 처음엔 영화로만 봤던 작품이라 연극으로는 어떨까 싶어서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직접 본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제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이상이 배우와 이주영 배우의 조합으로 관람했는데, 영화보다 훨씬 더 밀도 있는 감정선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더라고요. 특히 회전형 무대 장치와 숨겨진 승강 무대를 활용한 장면 전환은 정말 획기적이었습니다.

이상이-이주영 배우 조합의 완벽한 호흡

일반적으로 연극은 무대와 객석의 물리적 거리 때문에 영상물보다 감정 전달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다릅니다. 이상이 배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수석 출신이라는 타이틀답게 윌리엄 셰익스피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드라마와 예능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무대 위에서 보여주더라고요.

특히 2막 마지막 이별 장면에서 이상이 배우가 오열하며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오열 연기'란 단순히 소리 내어 우는 것을 넘어서 캐릭터의 내면이 완전히 붕괴되는 순간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고난도 기법입니다. 저는 객석 중간쯤에 앉아 있었는데도 배우의 떨리는 목소리와 감정선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주영 배우의 비올라 역할도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엔 이 배우에 대한 정보 없이 봤는데, 공연 중간에 친구한테 "비올라 역 누구야? 연기 엄청 잘한다"라고 물어봤을 정도입니다. 나중에 이태원 클래스에 나왔던 배우라는 걸 알고 완전히 놀랐습니다. 같은 배우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이렇게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비올라는 극중에서 남장을 하고 무대에 오르는 인물입니다. 여기서 '남장'이란 여성이 남성의 옷차림과 행동 방식을 따라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16세기 영국에서는 여성의 무대 출연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올라가 배우의 꿈을 이루려면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었습니다. 이주영 배우는 이 복잡한 상황을 강단 있는 여성 캐릭터로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토월극장 무대를 십분 활용한 무대디자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공연장인데,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이 극장의 깊이와 규모를 완벽하게 활용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뮤지컬이나 연극 중에서 정말 손에 꼽을 만큼 뛰어난 무대 구성이었습니다(출처: 예술의전당).

무대 위 2층 구조는 16세기 런던의 글로브 극장을 재현한 것인데, 여기서 '글로브 극장'이란 셰익스피어가 실제로 활동했던 원형 야외극장으로 당시 가장 유명한 공연장이었습니다. 이 2층 구조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배우들이 실제로 오르내리며 연기하는 생동감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더라고요.

회전형 세트를 활용한 무대 전환은 정말 획기적이었습니다. 무대가 360도 회전하면서 셰익스피어의 집, 극장 무대, 비올라의 저택이 순식간에 바뀌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러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연극에서는 장면 전환 시간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그 전환 자체가 볼거리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무대 아래에서 올라오는 숨겨진 승강 무대였습니다. 술집 장면이나 배가 떠나가는 장면에서 무대가 갑자기 올라오거나 내려가면서 공간의 깊이감을 완전히 바꿔놓더라고요. 토월극장이 워낙 깊은 무대를 가지고 있어서 이런 입체적인 연출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무대 뒤쪽으로 이동하는 무대 장치도 있었는데, 이게 배가 멀어지는 장면을 표현할 때 정말 효과적이었습니다. 물결을 표현하는 무대가 회전하면서 건물들이 흘러가는 모습은 마치 실제로 템스강을 항해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포토존은 단촐하지만 무대는 압도적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이라서 공연 전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솔직히 포토존은 생각보다 단촐해서 조금 실망스럽더라고요. 예술의전당 건물 자체가 워낙 웅장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대형 공연들처럼 화려한 포토존이나 전시 공간을 기대했던 건 제 욕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포토존의 아쉬움은 무대를 보는 순간 완전히 잊혀졌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이 무대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서 정말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무대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작품 속에서 역할을 하더라고요.

극장 내부로 들어가면 객석에서 무대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워서 놀랐습니다. 프로시니엄 무대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여기서 '프로시니엄 무대'란 액자형 무대를 의미하는데, 객석과 무대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어서 보통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토월극장은 객석 구조가 잘 설계되어 있어서 뒷자리에서도 무대가 잘 보였습니다.

무대 소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 원목으로 제작되어 16세기 글로브 극장의 질감을 재현했는데, 조명을 받을 때마다 나무의 따뜻한 색감이 살아났습니다. 제작비가 상당히 투입됐다는 게 무대만 봐도 느껴졌습니다.

극중극 구조와 22명 배우들의 앙상블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극중극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극중극이란 작품 안에 또 다른 작품이 들어있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 연극에서는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관람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무대 위 22명의 배우들이 모두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입니다. 주연 배우들이 대사 할 때도 뒤에 있는 앙상블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로 살아 움직이더라고요. 마치 영화 촬영장에서 카메라가 돌아가면 모든 배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무대 전체가 하나의 생생한 16세기 런던이었습니다.

2막 마지막에는 배우들이 일심단결해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완성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무대 앞에서는 실제 공연이 진행되고, 무대 뒤에서는 배우들이 급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동시에 보이는데, 이때 회전 무대가 정말 효과적으로 사용됐습니다. 무대와 무대 뒤를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극장이라는 공간의 매력을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극은 몇몇 주연 배우에게 시선이 집중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작품은 달랐습니다. 어느 배우를 봐도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이 주인공처럼 느껴졌습니다. 프로듀서가 간담회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정말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인 무대였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저는 이상이 배우와 이주영 배우 공연으로 관람했지만 다른 배우들의 평들도 굉장했습니다. 김향기 배우는 첫 연극 도전이었는데도 비올라의 편지 낭독 장면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줬고, 박주현 배우도 이주영 배우와는 또 다른 매력의 비올라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역할을 맡은 옹성우, 이상이, 손현, 이규형 배우들도 각자의 해석으로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제가 본 이상이-이주영 페어도 정말 훌륭했답니다. 두 사람의 사랑 장면은 너무 아름다웠고 마지막 이별 장면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절절했습니다. 다른 조합도 궁금해서 나중에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연극이 무엇인지, 예술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화로만 봤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무대만의 생동감과 배우들의 땀 냄새까지 전해지는 라이브 공연의 매력을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예술의전당까지 가는 길이 좀 멀긴 했지만, 그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지금은 막을 내렸지만, 재연으로 꼭 다시 마주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연극을 자주 보는 분들은 물론이고 연극이 처음인 분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I1tn_RPj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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